마정달의 이야기

수학 숙제의 골든 타임

달쩡마 2025. 5. 10. 22:31
 
염소나 소를 마구간에 가서 보면 뭔가를 계속 씹고 있습니다 바로 되새김질하는 것입니다 낮에 들판에서 뜯어 먹은 풀이나 여물을 다시 씹는 거죠 학원 수학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자기 혼자 그날 배운 걸 집에서 되새기는 과정이 바로 숙제입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두 학생이 똑같은 시간과 똑같은 양의 숙제를 해왔는데도 성적에서 확연히 벌어지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그러면 성적이 안 나온 친구는 보통 이렇게 생각합니다.

‘난 머리가 나쁜가 보다... 같은 선생님께 같은 양의 공부를 했는데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거 보면.’

근데 선생의 입장에서 보면 두 학생의 공부 머리에는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아주 간혹 심하게 차이가 나는 경우를 제외하면)

수업에서의 집중도도 비슷합니다. 실제로 수업을 듣고 바로 시험을 보면 초반에 둘 다 점수가 비슷하게 나왔습니다.

근데 시간이 갈수록 차이가 벌어집니다.

문제는 수업에 있는 게 아니라 숙제를 하는 골든타임에 있습니다.

한 학생은 제때 숙제를 해왔고 다른 학생은 숙제를 조금씩 못하거나 아예 밀리면서 해왔습니다. 숙제가 미흡하거나 못하게 되면 학원에 남겨서 끝까지 남아서 숙제를 하고 검사를 맡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숙제한 양이나 수업을 들은 양에서는 차이가 없지만 숙제를 통해 학생이 습득하고 익혀지는 공부의 양이 확실하게 차이가 났던 것입니다.

제가 여태까지 가르치면서 봐온 바로는 숙제를 밀려서 할 때의 수학 지식이 제때 할 때의 수학 지식에 비교하면 1/4 정도도 안된다고 봅니다.(실제로 이것보다 더합니다). 한마디로 숙제의 골든 타임을 놓친 숙제는 공부로서의 효용을 잃은 할당량 채우기 밖에 되질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생님들이 그렇게 숙제를 강조하시고 모든 학원에서 숙제 관리에 힘쓰는 것입니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숙제가 밀리는 학생은 어느 반에 든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될 것인가?

고민을 해봤습니다. 그냥 계속 밀리는 숙제를 해오는 건 말 그대로 워스트이니까요. 고민 끝에 생각해 낸 건 숙제가 밀리면 밀린 숙제를 놔두고 현 숙제를 남아서 하기였습니다.

숙제를 밀린 페널티로 골든 타임을 놓친 숙제를 하는 게 아니라 오늘 배운 수업을 바로 오늘 풀어서 골든타임을 이어 가는 거죠.

그리고 밀린 숙제는 다음 시간까지 풀어오게 하였습니다. 그래도 다음 시간에 밀린 숙제가 안 되어 있으면 그때도 남겨서 그날 숙제를 바로 풀게 하였습니다. 이렇게 한 학생을 상대로 해 보았더니 2주간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숙제를 하게 되었고 나중엔 밀린 숙제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예전에 밀리면서 숙제를 할 때는 40~50점 정도의 점수가 나왔는데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숙제를 했더니 70~80, 심지어 90점까지 테스트 점수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숙제 하나만 제대로 해도 성적이 오른다는 걸 확연히 증명해 주더군요....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밀려서 해오는 숙제는 힘만 빠지고 학생의 학습에 도움이 되질 않습니다. 그래서 계속 밀리지 않고 해오는 게 최상이긴 하지만 학교에서 수행평가다 행사다 뭐다 할 때면 학생들이 아무리 용을 써도 조금씩을 밀리는 게 일상이 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최상이 안될 경우 차선책이 없을까 하고 생각해 본 게 이것이었고 나름 성과도 있어서 이렇게 얘기해 봅니다. 이 글은 교육계 쪽에 종사하시는 분들도 읽어 보시고 생각해 보시고 괜찮다 싶으시면 적용해 보셔도 좋을 거 같습니다.

숙제의 골든 타임. 열심히 한 만큼 학습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