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목고 준비를 꼭 해야 되나 (1)
'특목고에 진학하지 않더라도 지금 공부해놓은 것이 나중에 다 도움이 되기 때문에 특목고 준비는 무조건 하는 게 좋아요.'
여러분들도 위와 같은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셨으리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위 이야기에 자극받아서 특목고 준비를 시작하시게 된 분들도 계실 것이고요. 그렇다면 위 이야기는 맞는 이야기일까요? 저의 생각은 위 이야기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생각됩니다.
반은 맞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목표 설정을 통한 동기부여
- 사춘기 청소년들의 경우 두뇌발달 과정상 목표의식이 성인에 비해 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장래희망이나 대학처럼 장기적 목표는 목표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어렵습니다. 너무 막연한 미래이다 보니 동기부여가 잘 안되지요. 그러나 특목고처럼 단기적인 목표는 조금 더 강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습니다. 내신의 영향력이 막강한 자기주도학습전형 하에서는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같은 내신시험이 특목고 입학시험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상당한 긴장감도 고취시킬 수 있지요.
2. 누적 학습량 축적
- 대입은 고등학교 때만 열심히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누적해 온 누적 학습량의 싸움이기 때문에 최상위권 대학 진학을 희망한다면 특목고 진학 여부에 상관없이 학습량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3. 학습자세 구축
- 많은 부모님들께서 '우리 애는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 해서 성적이 부족할 뿐이다'라며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철이 들어서 공부도 열심히 하고 성적도 많이 오를 거다'라고 생각하시는데 그런 일이 우리 집에 일어날 가능성은 극히 낮습니다. 중학교 때 신나게 놀기만 하던 학생이 고등학교에 들어갔다고 해서 갑자기 책상 앞에 앉기란 힘들지요. 그래서 중학교 때 미리 장시간 집중하고 책상 앞에 앉아 있을 수 있는 학습자세를 만들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반은 틀리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편중된 학습 커리큘럼
- 자기주도학습전형의 도입으로 특목고가 신입생 선발 시 반영할 수 있는 내신과목이 1~2과목으로 축소되자 특목고 지망생들의 학습 커리큘럼이 특정 과목에 편중되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됩니다.
- 일부 학생들은 특목고 올인 전략을 펼치기도 하는데 이처럼 어리석은 입시전략도 드뭅니다. 특목고는 대학을 진학하기 위한 징검다리에 불과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징검다리에 모든 것을 걸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지요. 특정 1~2과목에 편중된 학습은 외고나 과고에 합격한다고 할지라도 합격 후에 버텨내는 것이 힘들 뿐 아니라, 불합격할 경우에도 무너져버린 학습 균형으로 인해서 일반고에서도 최상위권으로 올라가기가 어렵습니다.
2. 자존감 관리
- 부모님들은 대부분 '우리 애가 특목고에 진학하고 싶어 해서 지원해 주고 있는 거다'라고 말씀하시지만 학생들과 상담해 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부모님과 마찰을 일으키는 것이 싫기 때문에 그냥 부모님의 장단에 발을 맞춰주고 있거나, 부모님에게 세뇌 당해서 끈 달린 인형처럼 학교와 학원만 왔다 갔다 하는 아이들도 많지요.
- 이런 아이들 중에는 특목고에 합격할지라도 그 안에서 적응을 제대로 못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목고에 불합격할 경우에는 더 말할 것도 없지요. 이 와중에 자녀에게 편입을 권유하며 상처 난 데다가 소금을 뿌리는 부모님들도 계시고요.
본인의 의지로 달리다가 넘어져서 생긴 상처라면 얼마든지 다시 달릴 수 있습니다. 넘어져서 다친 것에 대한 아픔보다 앞으로 달리고 싶은 의지가 더 크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뒤에서 떠밀어서 억지로 달리다가 넘어진 것이라면 다시 일어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일어난다고 할지라도 넘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제 실력을 발휘하기 어렵고요.